2008년 3월 14일 금요일

미대생 작품 판매 사이트: 아트칼리지

딸이 미대에 다니다 보니 그림을 많이 접하게 된다. 계속 제작되는 그림들은 쌓아두고 있자니 집이 좁아지고, 버리자니 아깝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싸게라도 팔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대학 등록금도 비싼데 이렇게 이미 그린 그림을 판매할 수만 있다면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그림 그리는데 전력할 수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지인들에게 자문해보니 괜찮은 사업 아이디어인데 문제는 그림을 과연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는 말들을 한다. 딸에게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 가능한지 확인해보았다. 딸은 주위 학생들에게 그림을 확보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며, 문제는 어떻게 팔리도록 하느냐라고 한다.

과거에 이런 아이디어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지금은 모두 없어진 아트넷코리아와 아트월드라는 사이트인데, 아트넷코리아는 2004년에 본격적으로 시도하것 같고, 아트월드는 아마추어였던 것 같다. 왜 실패했을까? 분명히 공급자와 수급자 사이에는 깊은 계곡이 있어 양자간에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깊은 계곡이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림이 별 볼일 없으면 고객은 사지 않는다. 둘째, 작품이 살만한 수준이라도 가치 대비 가격이 비싸다고 고객이 생각하면 매매는 성립되지 않는다. 셋째, 작품 가격이 살만하다고 고객이 생각해도 사이트에 접근하지 않으면 매매는 성립되지 않는다. 넷째, 사이트에 접근해서 작품을 사려고 해도 사이트에 신뢰가 가지 않으면 고객은 사지 않는다.

이 계곡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딸을 위해 미대생 작품 판매 사이트인 아트칼리지(www.artcollege.co.kr)를 만들면서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된 동기다. 이 사이트로 딸애와 같은 미대생들이 쉽고 편하게 자기가 만든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고, 또 가능하면 판매도 하여 경제적으도 도움이 될 수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래의 글은 광주에서 동양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하현완 작가의 무등일보 기고문인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창작 활동이 어려운 청년 작가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얘기해주고 있다. 알고보니 나와 동갑인 하작가의 하소연을 읽고 있자니, 딸 세대의 예술가들이 걱정이 되고, 그들은 우리 세대의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창작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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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젊은 작가를 키우는 광주를 꿈꾸며            하완현 한국화가      2005년 05월 07일 

수많은 대학에서 미술계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대부분은 작가가 되기를 열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을 위하여 어떤 제도도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다. 화랑은 기성 작가나 원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작가를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 또한 너무나 미약하기만 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신진 작가가 스스로 입지를 굳히고 자생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일단 작가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트는 셈이다. 미대생이라면 누구나 졸업 후 꿈은 전업 화가의 길을 꿈 꿀 것이다. 예비 작가란 신분으로 작가의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들이 프로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 작가로서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10∼15년은 족히 걸린다. 이 기간은 작품과 관련된 직접적인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줄곧 투자만 해야 한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판매해주는 화랑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아예 관심조차 없다. 젊은 작가가 작업하면서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입원이 될만한 여건은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인 것이다. 10여년을 투자만 하고 지탱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이 따르지 못한다면 열정과 재능은 있어도 의욕만으로 이 땅에서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운 좋게도(?) 부모의 특별한 후원이나 주변의 도움과 희생에 기생하지 않고서는 전업 작가의 꿈은 그야말로 한갓 허망한 꿈일 뿐인 것이다.
작가라고 화가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실업자와 다를 바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주변엔 작가인지 실업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은 채 궁핍한 생활고로 고통받는 작가가 한둘이 아니다. 오랜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왔더라도 화가라는 직업만으로는 결코 자기 이름으로 그 흔한 카드 한장 발급받을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주소이다.
대학을 졸업한지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 시절이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아침 일찍 미술대학 복도를 걸어갈 때의 은은한 묵향과 기름 냄새… 보장된 미래에 대한 아무런 조건도 조바심도 없이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여러 선생님들을 모시고 심한 꾸지람을 들어가면서도 그림이 전부였던 시절….
미술대학이라는 감성적인 집단의 굴레에서 작품을 화두로 함께 고뇌하며 이어지는 밤샘 작업에 라면 하나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 .
이제 사회의 중견으로 가정에서는 가장으로, 늙으신 부모님께는 아들의 이름으로 든든한 내 몫의 역할이 있어야 할 나이를 훌쩍 지나쳤건만 사랑하는 이들을 볼모로 아직도 내 이름은 떳떳하지 못하다. 여전히 생활고의 무게에 짓눌린 채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작업에만 매달려왔다. 악기의 줄을 조일대로는 조여 왔나보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엔 아직도 모자란 시간일까.
시대가 변했다.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한 세기가 바뀌고도 또 몇해가 지났다. 우리 미술계도 이 변화의 한 가운데서 미술계의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경력이나 화력의 잣대로 작가가 평가받는 시대를 넘어 작품의 예술성과 작가의 역량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하겠다.
최근 광주는 첨단 기술의 요람, 광주시립미술관 건립, 아시아문화특구라는 거대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그 중심에 서야할 작가 발굴이나 육성에는 힘이 미치지 않는 것 같다.
영상과 애니메이션 사업을 정책적으로 육성시킨 것처럼 순수 회화 부분에도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기만 하다. 젊은 작가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되고 경쟁력 있는 좋은 작가나 좋은 컨셉을 가진 미술단체에 민·관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만 국제적 경쟁력 또한 드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기전에 이제부터라도 젊은 미술인들에게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 예향 광주에서조차 순교자처럼 시들어 가는 젊은 작가들이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될 것이다. 이들이 고사하지 않고 존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터전이 마련되어야만 대한민국 미술의 밝은 미래도 있는 것이리라.

댓글 1개:

  1. 안녕하세요. 우연히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좋은 글을 읽고 궁금한 것이 있어 댓글 남깁니다. 블로거님께서 만든 사이트 '아트칼리지'가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떤 문제로 사이트를 중단하게 되신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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